식재료전문가 34

따봉 혹은 좋아요

점심에 오신 두 분의 남자 손님.고기를 구우러 왔다가 점심에는 하지 않아 얼굴에 서운함이 가득했다.대신 곰탕 특으로 주문하고는 소주를 청한다.소주는 원래 점심에 제공하지 않는다.그러나 서운한 얼굴이 생각나 한 병 건넸다.주문을 사실 받지 않으나 드리다고 하면서 말이다. 원칙은 원칙이니... 만두까지 추가해서 잘 먹고는.. 잔술도 한 잔씩 추가했다.계산을 하면서병뚜껑을 내민다.뭐지 싶어 자세히 보는데"정말 잘 먹었습니다"식당 열 때 이 말을 진짜 듣고 싶었다.그냥 서로 오가는 인사말이 아닌 곰탕 드신 분이 저절로 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잘 먹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민 병뚜껑은 따봉이었다. 옛날 사람 버전이고 지금은 '좋아요' 점심에 받은 따봉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진심이 통하는 것 같았다.

장흥 소머리 명가 한라 소머리 국밥

장흥가서 한 끼를 먹는다면 이 음식을 선택하지 않을까 한다. 혼자 먹기도 좋고 여럿이 먹기도 좋은 것이 국밥.해장이든 한 끼 식사로 좋은 곳이 한라소머리국밥이다. 장흥 시장 중간에 있다. 소머리국밥, 돼지머리 국밥 등이 주메뉴다. 전국에서 먹은 소머리 국밥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다. 소머리에서 나오는 고기양이 적어서 따로 소고기를 넣어서 국밥을 만다. 내가 세 손가락으로 꼽는 곳은 강릉 주문진 철뚝집, 서산 해미의 우리집 그리고 여기다. 건더기 많고 국물 깔끔한 것이 입에 딱 맞았다. 군위의 다락재 또한 괜찮았지만 장흥 한라식당에 밀렸다.

새우젓

혹시나 하고 앞에 매장에 가보니 새우젓이 있으나 역시나 식당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숙성기간도 표시가 없고, 게다가 물이 포함되어 있어 맛이 그려지지 않는다. 제품의 성분 함량은 새우젓, 소금(25%), 정제수다. MSG는 넣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새우젓은 새우젓 80%, 소금 20%다.새우젓은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배에서 새우를 잡으면 바로 세척하고 염장한다. 그리고 육지로 돌아와 저온 보관한다. 시간에 따라 최소 1년 이상, 맛으로 따진다면 1년 5개월 이상은 해야만 제대로 맛이 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새우젓은 적어도 1년 6개월, 많으면 2년 이상 숙성한 것이다. 즉, 시간의 맛이 충분히 베어 있다.돼지고기 먹을 때 새우젓을 구워 먹은 적이 있는가?돼지고기 먹을 때 새우젓을 리필한 적이 있..

식품 MD의 식탁 2025.04.02

볶음밥

일본 유튜브 중에서 식당의 하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간혹 본다.보면서 양에 놀라고 주방의 더러움(?)에 놀란다. 우리 같으면 생난리 나는 수준의 주방임에도, 게다가 오픈 주방임에도 그냥 하고 받아들인다. 더 놀라운 것은 처리하는 메뉴의 종류, 그것도 포장 뜯어서 하는 것도 아닌 직접 하면서 다양한 메뉴를 소화한다. 게다가 1인분도 가능. 우리는 불가능한 일. 그래서 1일분 주문도 가능한 고깃집을 연 것이다. 부러워서 말이다. 방송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이 볶음밥.강력한 화력에 웍을 달구고 불나기 직전의 식용유에 달걀 푼 것을 투척하고는 밥을 넣고는 볶는다. 방식은 거의 대동소이. 간혹 밥을 볶다가 달걀을 넣기도 한다. 우리네 일반 중국집 볶음밥하고는 다른 수준.  식당을 하고 있다. 매번 점심..

식품 MD의 식탁 2025.03.27

천연의 의미

오남용이 심한 것이 '천연'이 아닌가 싶다.도대체 천연이 아닌 것이 세상천지에 아닌 것이 있을까?석유도 천연이고태양도 천연이고뻥튀기에 천연은 뭔가 싶다.요새 매일 매장 앞에 있는 홈플에 가는데갈 때마다 신경을 거스는 것을 본다.애써 지나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수두룩 빽빽이다.농산물 코너.예전에는 g 당 단가가 있었다.크든 작든 담은 양을 측정하고 계량기에서 가격표를 뽑아서 계산을 했다.요새는 그러는 곳이 드물다.개당 측정한다. 편하기는 편하지만개당 비슷한 크기와 무게를 선별해야만 하는지라 마트에서 원하는 규격품 외에는 가공용이나 시장, 외식 쪽으로 빠질 것이다.농산물의 규격품처럼 다른 것이 영 마땅치 않다.

식품 MD의 식탁 2025.03.25

몇 년 전에

SBS 예능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경규, 김상중, 채림, 로꼬 등과 함께 출연하였다.그때 이후로 상중 형님과는 인연을 계속 맺어 오고 있다.나를 처음 SBS에 소개해 준 김재원 CP와 이어서 예능의 맛을 보여준 민선홍 PD 그리고 라디오까지 인연을 맺게 해준 남중권 PD와는 '맛나'라는 모임을 비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 맛나의 목적은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자는 모임.​지난번 모임은 1++의 성지 마장동에서 유기농 황소, 3등급 한우 먹기였다. 한 번은 서울 시내에서 그다음은 상중 형님 댁과 가까운 서울 동쪽에서 모임을 한다. 남양주로 이사 간 후 서울 나들이가 쉽지 않다.​암튼, 그 인연으로 인해 형님이 칠흑에 방문하셨다.여러 조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맛보시곤 가셨다.형님 덕분에 어쩌다 어른도 출연하..

칠흑과 직원식 2025.03.22

칠흑

점심에는 곰탕, 저녁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흑돼지 앞다리 전문 구잇집인 칠흑은20석의 작은 규모로 운영한다.저녁에 내는 흑돼지는 3종버크셔 K난축맛돈우리흑돈 세 가지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평소 해왔던 말,돼지의 품종이 바뀌면 굳이 비싼 삼겹살을 찾을 이유가 없다.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후추를 제외한 모든 재료는 국내산공급이 원활하다면친환경도 주저하지 않는다.식당의 콘셉트는 다양성을 줄이고내는 찬 하나에 신경을 더 쓰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쌈장조차도 우리밀과 국내산 재료로 만든 쌈장을 낸다.

칠흑과 직원식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