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5

식혜

식혜를 가끔 만든다.요양병원에 계신 엄마가 좋아하시기도 하고 남은 밥의 처리도 할 겸 해서 만든다.식혜 만들기는 쉽다.재료도 간단하다.밥, 엿기름, 물, 설탕 네 가지에 시간을 더하면 만들어진다.밥과 물, 엿기름을 넣은 다음 보온상태에서 하룻밤을 재운다.엿기름의 당화효소가 밥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것은 아니고 전분 일부를 엿당으로 분해하는 수준.엿기름과 하룻밤 보낸 밥알 중에서 가벼운 것은 위에 동동 뜬다. 슬쩍 보면 구더기처럼 보이기도 한다.이 상태에서 한소끔 끓이면 당화효소의 활성이 사라진다. 효소 또한 단백질로 팔팔 끓는 조건에서는 달걀이 익듯이 효소 또한 익는다.끓인 다음 설탕을 넣고 단맛을 조절한다. 미리 넣을 경우보다는 깔끔한, 엿 냄새가 덜 난다. 구수한 맛을 ..

하겐다즈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맛있다.비싼 게 흠이지만 어쩌다 먹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중에서 내 1픽은 바닐라. 이거저거 들어간 것보다 깔끔한 맛의 바닐라를 가장 좋아한다.2등은민초. 향이 조금 약하다는 것이 흠. 그래도 색소 없이 누런 색깔의 민초를 좋아한다.3등은마카다미아. 어떤 아이스크림보다 고소함이 좋다.​#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음식 #음식강연 #음식인문학 #식품MD #식재료전문가 #오일장

가래떡

어릴 적 인천하고도 부평에 살았다.내가 살던 동네는 뒷산이 있었다. 산을 넘어가면 공동묘지가 있었다. 겨울이 오면 산비탈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그렇게 겨울방학을 보내다가 설이 다가오면 엄마는 쌀을 불리기 시작했다.어린 나이임에도 내일 정도 새벽에 엄마 따라가면 뜨끈한 가래떡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쌀을 빻고가루를 찌고가래떡을 뽑은 다음 다시 틀에 넣고 뽑아야 비로소 가래떡 완성이다.우리 것이 아님에 침만 꿀꺽 삼켰던 기억(쫌 주지)우리 집 순서.간단한 공정이지만떡이 나오기까지 아까 그 집 떡보다 두 배는 오래 걸리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서야 처음 나온 떡을 받아 든다. 기다림 끝에 우리 떡을 받아 입에 넣을 때의 만족감은 최고였다.그렇게 떡을 받아들고 나와 집으로 오면 보일러가 덜 들어가..

진한 커피가 그리울 때

보통은 아침 일을 하기 전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 프리랜서인지라 출근의 압박은 없다.  유리로 만든 서버는 석 달에 한 번 꼴로 깨먹는 탓에 사기로 만든 것으로 바꿨다.일단은 설거지하면서 깨먹진 않았다. 적어도 말이다. 근데 이 녀석 또한 떨어뜨리니 깨지는 건 매한가지.구리 등의 금속성 재질이 아니면 아니 될 듯. 가격을 보니 만만치 않다.그러다 선택한 것은 쓰고 있는 텀블러. 어차피 서버에 내려서 텀블러로 옮기는데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가끔은 진한 커피가 생각날 때 사용하는 게 브리카.혹은 달달한 라떼가 당길 때 이 녀석으로 커피를 내린다.​신 버전이 나왔다고 하는데.. 살 생각은 없다. 이 녀석이 망가지지 않고서야 새로운 버전의 브리카를 사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