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곰탕의 시작은 우엉이다.
'우엉의 사포닌이 돼지 지방을 잡아 준다는... ' 기사의 한 줄에서 힌트를 얻어 수육 만들 때 우엉을 넣었다. 수육 삶을 때 된장, 소주, 월계수 잎을 넣지 않고 우엉만 조금 넣었다. 소위 냄새 잡고 맛을 더한다고 모든 이들이 떠드는 그 한 가지도 넣지 않았다. 우엉 넣고 삶은 수육은 깔끔했다. 더 깔끔한 것은 국물이었다. 그렇게 맑은 곰탕은 우연한 신문 기사 한 줄로부터 시작했다.
2
라드를 제거한, 한 번 더 손을 댄 맑은 곰탕을 낸다.
오리지널은 지방의 중후한 맛이 좋다. 좋은 이들과 둥둥 뜬 기름에 질겁하는 이들 또는 그냥저냥 하는 이들로 나뉘었다. 바꾼 후 변화는 전보다 그릇째 들고 마시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에 없이 여성분들도 그렇게 한다. 전에 없던 변화다.
마시고 있으면서도 계속 생각나는 육수가 우리 곰탕 육수다.
3
간혹 이전 버전이 좋다고 한다.
와서 살짝 '묵직한 버전'을 요청하셔라 그러면 라드를 젓가락으로 콕 집어 넣으면 거의 '오리지날러티한' 곰탕 맛이 된다. 어제도 두 번째 오신 분이 오리지널 맛을 궁금해서리 라드를 살짝 녹인 국물을 드렸다.
4
라드가 매일 냉면 그릇보다 조금 적은 양이 생긴다.
태워서 만든 것이 아닌 삶아서 만든 것인지라 라드가 깔끔하다. 그제도 지인이 아서 달라고 해서 지퍼백 가득 담아 줬다. 있으면 주니 저를 아시든 아니든 달라고 해주세요. 그럼 있으면 드립니다. 하루 냉면기 하나 정도 나옵니다.
5
라드가 있으니 볶음 요리가 즐겁다.
계볶(계란볶음밥, 달볶(달걀볶음밥))의 맛이 예술이다.
일본이나 동남아의 계볶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고수를 투하(우리나라 고수는 향이 너무 약하다) 하면 뭐.. 끝장이다.
6
냉면 육수는 진짜 맹하다. 맹하지만 맹하지 않는 게 냉면 육수의 맛이다.
혀에서 처음 닿는 부위는 "이건 뭐지???????"
하다가
목과 접점 부위의 혀는
"이런!!!!!!!!!!!!!"
으로 바뀐다.
MSG가 든 어떠한 조미료를 사용하지도 않거니와 포도당이나 설탕도 넣지 않는다. 재료의 원천의 힘을 믿고 맛있는 소금만 살짝 더한다. 재료가 내주는 힘이 육수에 오롯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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