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짜다. 간혹 단맛이 난다는 소금이 있다고 하지만, 단언컨대 단맛 나는 소금은 없다. “어 아닌데 좋은 소금은 맛보면 단맛이 도는데” 이러는 양반들이 있다. 이는 소금의 순기능 중 하나인 단맛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 먼저 발현되어 그런 것이지 원래 단맛이 나는 소금은 없다. 우리 입안에는 양치를 하더라도 약간의 전분이나 포도당 등이 있을 수가 있다. 침을 모아 오물오물하면 아주 미세한 단맛을 느끼곤 한다. 그때 약간의 소금을 털어 넣으면 단맛이 확 산다. 각각의 재료 맛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기초를 탄탄하게 받치는 것이 소금이다. 꼭 필요한 사람을 소금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음식에서 소금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음식에 소금이 지나치면 짜고 덜 치면 싱겁다. 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요리 잘하는 이들 대부분 공통점이 간을 잘 본다는 것이다. 간 맞추기가 쉽지 않기에 우린 소금 탓을 하기도 한다. 소금을 선택하려고 하려면 종류가 많다. 외국의 유명 소금, 자연이 깨끗한 지역에서 생산한 소금? 어떤 소금이 좋은 소금일까? 우리나라 천일염? 소금에 대해 알아보자.
소금의 종류는 육지든 바다든 출신과 상관없이 대부분 염화나트륨(NaCl)으로 이루어져 있다. 히말라야 꼭대기에서 나나 저 멀리 우유니 사막에서 나나 소금은 짜다. 여기에 소금의 수분 함량이 차이가 미세한 맛 차이를 결정한다. 소금의 성격을 구분하는 큰 잣대가 수분 함량의 차이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한 가공염의 경우는 염화나트륨 함량이 99% 이상이다. 아주 약간의 수분과 다른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다. 천일염은 약간의 미네랄과 15% 정도의 수분이 있어 염화나트륨 함량이 대략 85% 내외다. 음식 간을 볼 때 전기분해한 것은 덜 넣어야 하고 천일염은 같은 간이라면 더 넣어야 한다. 같은 양을 꼭 집어 먹었을 때 전기분해한 것은 짠맛이 도드라질 것이고 반대로 15%의 수분을 함유한 천일염은 수분이 중화 작용을 한다. 맛을 보면 소금의 순기능인 단맛을 도드라지게 한 다음 짠맛이 나타난다. 이는 모든 소금이 동일하다. 어디에서 생산하든 어떻게 생산하든 말이다. 식품 산업에서는 동일한 레시피에서 움직인다. 천일염으로 무엇을 하기에는 수분 함량으로 인해 계절 변동성이 크다. 수분함량이 일정한 전기분해로 만든 소금을 사용하는 이유다. 반면에 고급 식당 등지에서는 짠맛에 더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우 오마카세에서 국내 공장 생산 소금을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스토리가 없다. 그렇다고 동해의 푸른 바닷물을 거르고 어쩌고 하기에는 왠지 빈약하다. 사실 맛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말이다. 프랑스 게랑드의 꽃소금, 영국의 말돈, 히말라야 핑크 소금, 코셔 인증 등 수많은 종류의 소금 제품들이 스토리를 받치기 위해 존재한다. 사실 음식에서 필요한 것은 짠맛뿐이지만 말이다. 필자의 식당에서는 자염을 사용한다. 수입 소금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천일염보다는 몇 배나 비싼 소금이다. 자염은 말 그대로 끓여서 만든 소금이다. 일제강점기에 천일염이 들어오면서 거의 사라지고 태안 자염만 남아 있었다. 근래에는 천일염이 전통을 자체하고 있지만, 본디 전통 소금은 자염이다. 자염의 특징은 유리아미노산이 조금 있다는 것. 맛소금처럼 글루탐산을 비롯해 감칠맛 내는 성분이 있다. 이는 자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녹아들어 간다. 자염은 천일염과 달리 바닷물을 갯벌이나 바다 모래를 통과시켜 얻는다. 통과시키는 사이 갯벌이 품고 있던 유리아미노산이 흘러 들어간다. 끓이고 결정화하는 과정 속에서 자염의 성분이 된다. 저렴한 전기분해 소금을 두고 비싼 자염을 사용하는 이유는 별 거 없다. 맛도,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 전통이기 때문이다.
천일염을 전통으로 알고 있지만 중국에서 들여온 생산 방식이다. 일제강점기에 소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천을 비롯해 서해 곳곳에 염전을 설치했다. 불과 100년 전 도입한 생산 방식이다. 반면에 자염은 소금 맛도 좋지만 우리의 진짜 전통 소금을 알리고 싶었다. 자염은 바닷물과 갯벌의 영양을 그대로 품고 있는 소금이다. 내가 맛본, 국내에 수입하고 있는 그 어떤 외국산 소금과 견주어 맛이 뛰어난 소금이다. 천일염에 비해서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값어치를 하는 소금이다. 게다가 수입 명품이라 하는 소금보다 맛은 뛰어나면서도 값은 훨씬 저렴하다. 굳이 비싼 수입 소금을 고집하는 이유는 내 생각으로는 스토리뿐이다. 다른 게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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