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뭐가 중요하지?

직원식 혹은 스텝밀

foodenjoy 2025. 3. 15. 07:28

 

스텝밀이라고 하는..

남들이 먹는 시간을 뺀 시간에 먹어야 하는 노동식이다.

식당 오픈하고 나서 안 것은 시스템이 없으면 밥 먹는 시간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돌아서면 쌓이는 것이 설거지와 식사를 내기 위한 준비. 준비를 하다 보면 또 쌓이는 설거지

무한 루프다. 알바를 미리 못 구한 원죄의 굴레다.

그럼에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나를 위한, 동료를 위한 밥을 한다.

고기 국물은 맛을 보기 때문에 질린다. 질리지 않게 스텝밀을 준비하는 게 또 내 몫이다.

부여 무량사

제주에서 온 표고버섯. 표고는 일 년에 두 번 봄 가을에 난다.

육지는 이제 왔지만 제주는 이미 와 있기에 표고가 벌써 난다. 표고가 1년 내내 마트 가면 살 수 있는데 뭔 소리인가 싶지만, 그 버섯과 이 버섯은 같은 표고라도 향이 다르다. 일 년 내내 만나는 표고는 배지에서 재배한 것이다. 살균한 나무 톱밥에 균을 접종해 키운 것이다. 원목은 말 그대로 나무에 접종해 키운 것으로 자연산 표고와 비교하기는 힘들어도 배지 재배한 것이 향으로는 비비지 못한다.

설거지를 초음파 세척기에 돌리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무엇을 먹을지 궁리를 하는데 표고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 해 5월 오일장 취재 간 부여가 생각났다. 부여의 천년 사찰인 무량사 앞에는 작은 식당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광명식당은 표고 음식으로 유명하다. 보통 사찰 앞 식당은 산채 비빔밥이거나 산채비빔밥을 판다. 약간의 모양 차이가 있을 뿐 그 나물의 그 밥인 경우가 많다. 경주든 지리산 근처든 다 비슷하다. 여기는 표고로 만든 음식을 잘 한다. 도토리묵 위에도 표고 편이 올라가 있다.

표고를 볶아서 덮밥 스타일로 나온다.

부여 광장식당의 표고덮밥

"맛있는 표고가 있으니 볶자!"

적당한 크기의 표고를 두 개를 골라 7~8mm 두께로 채를 썰었다.

수육 만들고 남은 비계를 듬성듬성 잘라 팬에 볶아 기름을 모으고는 마늘을 볶았다.

마늘 향은 아주 조금만. 작은 마늘 하나를 칼로 으깨서 넣어야 한다.

표고와 양파를 넣고 볶는다.

간은 간장으로 했다. 볶기 어느 정도 되었을 때 곰탕으로 내는 육수 조금 붓고는 마무리.

내가 만든 표고덮밥

표고 향 가득한 덮밥 완성.

저녁에 고기에 질린 이들에게 나가니 다들 표고 향 매력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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