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 초록마을을 한창 기획할 때 내게 선물처럼 찾아온 소금이 자염이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통 소금을 천일염으로 잘 못 알고 있었다. 우리네 소금은 자염,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것이 우리 전통 소금이었다. 천일염은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들여온 방식이었다.
우리네 바닷가에 송림이 우거진 곳을 간혹 본다. 이렇게 송림이 만들어진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배를 만드는 재료.
바람을 막는 방풍림.
그리고 소금을 만들기 위한 땔감이 이유였다고 한다.
바닷물을 대충 모아서 끓이는 것이 아니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을 고르고 구덩이 파서는 독을 묻는다.
다시 물이 빠지면 장독을 꺼내 끓여서 만든 것이 자염이었다. 지금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예전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소금이라는 게 좋고 나쁨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들어진 이미지에 따라 품질이 차지가 난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생각뿐이다. 음식에 있어 소금의 역할은 단맛이 제대로 단맛이 나도록 하는 역할이다. 소금 없는 음식에서 나는 단맛은 맹하다. 소금이 들어서야 비로소 쨍한 단맛을 낸다. 동남아 가면 과일 옆에 소금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품 조연 없는 드라마 없듯이, 소금 같은 존재라는 표현을 쓰듯이 소금은 그런 역할을 한다.
식당의 모토는 국내산, 농부가 살고, 소비자도 살고, 업주도 살고다. 좋은 재료를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하고자 한다. 초록마을 만들 때도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었다. 그러기에 기왕이면 소금도 2000 초반보다는 많이 알려졌지만 주저 없이 자염을 선택했다. 자염에는 아주 조금 감칠맛 성분이 있다. 이게 음식 맛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어떤 소금도 그런 역할을 하지 못 한다. 그냥 하기 좋은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내 주장이고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의 음식 중 MSG가 들어가 있는 것은 김치가 유일. 조금이라도 감칠맛을 더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감칠맛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해결하지 않으면 내 노력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태안에서 나는 자염은 맛있다. 30년 식품 MD 하면서, 20년 넘게 밥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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