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을 먹으러 간다.

주문을 하고는 국이 나오면 '국룰'에 따라 들깻가루를 넣고, 새우젓 소스(물+소금+MSG+새우젓)를 넣는다. 어떤 브랜드의 프랜차이즈든 그냥 가게든 식탁 위에는 빠지지 않고 들깨가루가 있다. 들깨 왠지 향긋하고 고소하고 그럴 거 같지만, 그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들깨의 풍부한 오메가 3 탓이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어떤 경우는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들깨의 오메가 3은 들깨에 있어 장점이자 단점이다. 들깨는 잘못이 없다. 그걸 먹는 사람이 만든 단점이다.
들깨는 오메가 3가 풍부한 작물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의 AI에게 질문을 던지든 챗 GPT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비슷한 답을 한다. 질문은 두 가지다. 들깨의 오메가 3에 대해 질문과 오메가 3의 산화(산패)에 관한 질문을 던져보면 이런 답을 한다. 좋은 점에 대한 질문은 생략한다. 다들, 얼추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산패를 살펴보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내용으로 답을 한다. '오메가 3은 산소, 빛, 미생물 등에 의해 산화되기 쉬운 불포화지방산으로, 산화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냄새가 나거나,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거나 한다 등의 먹을 경우 몸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방지 답변 몇 가지를 내놓는데 가장 첫 번째로 산화의 원인이 되는 '빛, 산소 열 차'단이다. 배송과 정부 터 냉정 보관을 맨 마지막에 권하기도 한다.
다시 순댓국이 놓인 식탁으로 돌아가 들깻가루가 놓인 통을 보자. 대부분 투명한 뚜껑이다. 간혹 불투명한 것도 있다. 자유로이 빛과 산소가 오간다. 앞서 이야기한 오메가 3의 산화를 막는 방법에 위배를 하고 있다. 보관은 냉장에서 하라고 하지만 상온과 같은 식탁 위다. 산패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나는 순댓국을 좋아한다. 혼자 출장 다니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순댓국을 맛봤다. 속초나 강릉 등의 관광지에서 먹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가성비 최악의 순댓국이다. 반면 진안이나 영광, 거제의 순댓국은 좋아한다. 같은 값이라도 내용물이 충실하다. 가성비 '갑'의 순댓국이다. 순댓국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내가 순댓국을 먹는 법은 이렇다.
1. 순댓국을 받는다.
2. 새우젓의 상태를 본다. 물이 없으면 먹는다. 물론 국에는 넣지 않는다. 순대나 내장을 새우젓과 먹는다. 팔팔 끓고 있는 국에 넣으면서 새우젓의 소화효소 어쩌고저쩌고 하지 않는다. 소화효소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펄펄 끓고 있는 뚝배기에 넣는 순간 효소는 활성을 잃는다. 이런 것을 떠나 건더기를 새우젓과 함께 먹는 것이 더 맛있기에 그렇게 한다. 다만, 물이 흥건한 새우젓 소스(물+수입 새우젓+소금+MSG) 라면 먹지 않는다. 어차피 김치부터, 국까지 MSG가 들어가 있는데 굳이 새우젓으로 더할 필요가 없어서다.
3. 다진 양념을 푼다.
4, 고추 다진 거나 아님 부추가 있으면 넣는다.
5. 먹는다.
그렇다. 나는 들깻가루를 넣지 않는다. 들깻가루 넣어야지 더 맛있지 않나 싶겠지만, 국물을 텁텁하게 만들 뿐이다. 10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어느 날처럼 순댓국 먹으러 갔었다. 어느 곳인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출장으로 간 지방인지 아님 역삼역 근처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순댓국에 넣어 먹으려고 들깻가루 통을 들고 넣다가 무슨 생각인지 냄새를 맡은 적이 있다. 고소하겠지 하는 생각을 확 깨는 냄새였다. 냉장고에서 식미 기간이 지나서 발견한 들기름 냄새가 났다. 산패취가 났다. 그날 이후로 들깻가루를 넣지 않았다. 참고로 냉장고는 식품 변화 속도를 낮출 뿐이지 막지는 못한다. 냉장고 보관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순댓국이나 감자탕 사용하는 곳은 거의 다 수입품 들깨를 사용한다. 수입한 들깨를 세척하고는 가루를 낸다. 들깨가루를 상온유통한다. 탁자 위 통에 담는다. 모자라면 보충한다. 또는 다시 큰 통에 담았다가 나눈다. 이렇든 저렇든 상온 보관을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들깨의 장점인 오메가 3은 빛과 산소에는 쥐약이다. 밀봉하고 빛 투과성이 적은 갈색 포장을 해 냉장 유통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의 상품, 유통 업체도 이 조건을 지키는 경우는 없다.
가공하지 않는 들깨는 몇 년을 보관해도 괜찮다. 볶아서 가루를 내면 식미 기한을 1년 미만으로 제한한다. 더 가공해서 기름을 짜면 3개월로 준다. 이것은 개봉하지 않았을 때의 조건이다. 개봉하면 보관 상태에서 식미 기간은 반의반으로 준다. 가공할수록 식미 기간이 짧아지고 보관이 까다로워지는 것이 농수산 가공품이다.
더 맛있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넣었던 들깻가루가 오히려 국물 맛을 망치기도 했다. 물론 매일 들깨를 갈아서 주는 곳이라면 듬뿍 넣으면 좋다. 그렇지 않다면 나처럼 넣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식당도 보관도 힘든 들깻가루 주지 말고 차라리 순대나 건더기를 듬뿍 더 넣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들깨는 몸에 좋다. 보관을 잘 한 들깻가루 또한 그렇다. 그렇지 못하면 몸에 해가 되는 것이 들깻가루다. 세상에 무조건 좋은 것은 없다.
내가 싫어하는 순댓국집은 건더기 적은 곳보다 들깻가루를 미리 넣어서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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