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원식 혹은 점심 또는 스텝밀을 만드는 원칙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있는 거 최대한 활용.
두 번째는 그래도 산다면 한 가지 재료 정도.
세 번째는 가능하다면 팬 하나로 끝낼 수 있는
네 번째는 찬으로는 김치 하나만 있어도 되는
정도다.
내가 늘 이야기한 메인에 집중해서 만든 요리 한 가지면 사실 찬 이란 게 별 의미가 없다.
제육볶음에서 채소 더미에서 고기 찾기를 한다면 찬이 필요하겠지만 고기 더미에서 채소 찾기를 한다면 이건 뭐 찬이 필요할까?
2.
원칙에 맞게 달걀을 하나 샀다.
우리 메뉴에 달걀이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경상도 남해 그리고 애정하는 동네인 지족리의 생산자가 지난겨울 끝물이라면 시금치를 한 보따리를 보내왔다.
잡채도 하고 나눠줘도 많다.
그렇다면 비빔밥을 하자.
삶은 시금치를 라드에 볶아서 비빔밥을 만들었다.
물론 달걀 후라이도 라드에 했다. 기름 맛이 남다른 비빔밥이다.
3.
주방 이모가 조선족이다.
깨를 뿌리는 모양에 대륙의 기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내산 참깨를 통으로 마구마구 뿌려서 냉국이 나갔다.
분명 깨는 깨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살던 중국에서는 국내산이고
여기서는 수입산인 저렴한(깨의 품질은 더 좋은) 참깨 뿌리듯이 비싼 국내산을 마구 뿌려 나간다.
비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비싸더라도 제대로 쓴다면 별문제 없다.
4.
비빔밥을 만들었다.
참깨를 아주 조금 갈았다.
통깨를 마구 뿌리는 것보다 이렇게 조금 갈아서 쓰는 게 참깨를 대하는 바른 자세다.
깨는 깨서 먹으라고 깨다.
마구마구 뿌리는 깨의 저주에서 이젠 벗어났으면 한다.
깨~어나라!
'칠흑과 직원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절주절 6 (1) | 2025.04.20 |
---|---|
칠흑의 냉면 (0) | 2025.03.30 |
몇 년 전에 (1) | 2025.03.22 |
돼지고기 품종에 따라 굽는 시간도 달라져야 한다. (0) | 2025.03.20 |
아직까지는 사람이 적지만 (0) | 2025.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