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과 직원식

배추 김치를 항상 주지 않습니다.

foodenjoy 2025. 3. 4. 22:22

 

국밥 파는 식당을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김치. 국밥이 아니더라도 배추김치를 사시사철 내주는 식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난여름 배추로 만든 김치 가격이 하늘과 호형호제할 정도였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유는 고온현상.

배추는 한여름 작물이 아니다. 그나마 강원도나 경북 고지대에서 나는 배추로 여름을 보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던 상황.

한 번은 허영만 선생님 모시고 강진으로 가던 여름 끝자라의 어느 날.

허영만 화백

새벽에 댁에서 모시고 내려가다가 시장하시는 말씀에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휴게소 음식은 아시다시피 중국산 김치. 김치를 드시던 선생님께서 여름 배추답지 않게 배추가 괜찮다는 말씀을 하신다. "땅이 넓으니 상대적으로 시원한 지역에서 키웠나 봅니다" 말씀드리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작년에 관광공사 일과 개인적인 일로 경북 영양을 몇 번 갔었다.

영양은 높은 산이 많은 태백산맥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동네다.

영양
풍경은 좋아보이나 가까이하면 더위에 녹아내린 배추가 천치다.

여름 초입에 배추를 심어 가을 초입에 배추를 공급하는 생산 단지 중 하나다.

여름 초입에 갔을 때는 배추 모종을 심었던 풍경이 풍력 단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여름 끝자락에 갔을 때는 배추 모종은 녹아 흐물거리는 모습만 보였다. 정상적인 배추는 눈에 띄지 않았다.

비단, 영양뿐만 아니라 영양보다 지대가 높은 태백이나 강릉 또한 조금 사정이 좋을 뿐 예년의 배추 작황은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다.

여름 배추는 맛없다.

담채원
열무김치

맛없는 배추로 김치를 담그니 양념 맛이 강해진다. 양념과 채소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김치 맛이 난다. 그러나 여름 배추로 담그는 것에서 기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름에 김치는 여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는 채소가 나오기 마련. 상대적으로 빨리 자라고 재배하기 쉬운 열무김치를 주로 내고 가끔 오이소박이를 낼 것이다.

11~6월은 배추김치를

7월~11월는 열무김치, 오이소박이를 낸다. 김치도 계절에 따라 내야 국밥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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