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뭐 먹지 말지

강화도 벨팡

foodenjoy 2025. 7. 16. 12:38
몇 달을 집과 식당을 오가다 보니
애써 누르고 있던 역마살이 터져 나왔다.
원래는 원주 새벽시장을 갈까 하다가
피곤함에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잠을 더 자고는
오랜만에 강화도행.
그저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사실 인천만 가도 되는데
강화도, 인천은 인천이지만
월미도 앞바다나 을왕리 해수욕장하고는 다른 분위기의 바다를 만날 수 있기에
강화도행을 결정.
아버지와 수십 년 전 추억이 깃들어 있기에 알게 모르게 애정을 품고 있는 것도 한몫.
학교 다니기 전 아버지 따라 내가 저수지 쪽 좌대에 대한 희미한 추억.
아버지가 사준 새우깡에 대한 기억
금색 알코올 버너에 끓인 라면.
부평 소방서에 타고 간 강화행 새벽 버스 등
강화를 갈 때마다 똑같은 장면이 눈앞에 잠시 머문다 사라진다.
아버지는 돌아가셔도 내가 살아 있는 한 추억은 지속적이다.

강화도는 출장으로 하도 다녀서 내비 없이 다닌다. 대충 표지판만 봐도 될 정도다.
신월동 집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외곽을 타다가
계양에서 빠진다.
시내 길로 북청라 나들목까지 간 후 해안 길로 김포 대명항까지 간다. 우리 집에서 강화도를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차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초지대교를 넘어 조금 가면 전등사가 나오고 길상면 소재지가 나온다.
대교를 넘는 순간 빵집이 생각났다.
올 때마다 휴일이었던 빵집
벨빵, 강화도 길상면의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작은 가게다.
강화에서 무엇할지 생각 않고 왔다가 마침 생각이 났다.
가보자.
여느 면 소재지가 그렇듯
길상면 소재지 또한 작다.
걸어서 동네 일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월, 화 쉬는 뻴팡. 난 월화 출장을 자주 갔었다.
그 동네에는 꽤 괜찮은 로컬푸드 매장도 있어 지날 때마다 이용하곤 했다.
일요일 정오가 되기 전
벨팡 앞에 한 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물론 가게 안에는 세 명이 더 있고 말이다.
작은 면 소재지의 작은 가게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맛있다는 방증.
나도 몇 년 전에 사 먹어보고는 갈 때마다 들렸지만 갈 때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이었다.
월, 화 휴무인 빵 가게다.
통밀 식빵과 프리챌 비슷하게 생긴 라우겐슈탕에 그리고 시나몬빵을 샀다.
그중에서 압권은 시나몬 빵. 시나몬 향과 단맛의 조화가 좋다.
하나만 산 것이 두고두고 후회했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 말이다.
길상면으로, 외포리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흥왕리 쪽으로 돌아돌아 나왔다.
원래는 낙조까지 보고 오려고 했지만 양말 사자는 유니 이야기에 빵만 사서는 드라이브 하다가 철수.
다음에는 푸른 바다를 보자는 유니.
그러자 약속했다.
언젠가 유니도 나처럼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겠지..
그러면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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