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으로 신문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가 나온다. 여기에 도다리를 넣고 검색하면 결과물은 0이 나온다. 지금처럼 지역 음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주비빔밥으로 검색하면 쑥국보다는 적지만 검색량은 꽤 많이 나온다. 심지어 콩나물국밥도 비슷한 수준이다. 추어탕은 지금과 달리 남원이 아닌 다른 동네가 나온다.
많은 의견을 주신 쑥국에 대해 조금 더 보완 설명을 하자면 쑥국은 통영 지역만의 특정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 따스한 봄날 지천에 널린 쑥은 우리네에게 겨우내 갈망하던 비타민과 미네랄을 주는 고마운 식재료였다.
사실 지금 환경에선 한겨울에도 널리고 널린 것이 푸른 채소였지만 70년대,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겨울에 올릴 수 있는 푸른 채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울 입구에서 만든 김장김치가 유일한 겨울 채소 먹거리이기에 다섯 식구였던 우리 집은 배추김치만 100포기를 담갔다. 물론 총각김치나 동치미는 별로로 말이다. 그러다 하우스 농사가 대중화가 되면서 김장김치를 담는 양도 점차로 줄게 되었다. 김치를 대신할 먹거리가 대중화되는 시기와 맞불린다. 겨우내 먹던 김치가 정월대보름 기점으로 시어 터진다. 한겨울에는 거의 만들지 않던 만두를 엄마가 자주 하던 때가 그 무렵이었다. 밥상 위에 김치찌개가 이틀에 한 번꼴로 올라오던 때도 그때였다. 김치가 시어 터질 때 지금처럼 사방팔방 아파트가 아닌 산과 들판에서 햇살이 비치는 곳에는 쑥이 올라왔다. 그걸 뜯어다가 직접 담근 된장에 넣고 쑥국을 끓인 것이다. 우리 식재료에서 봄나물이 다른 나라보다 종류가 많은 이유가 김장 외에는 구하기 힘든 혹독한 겨울이 있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해안가 주변이라면 그날 잡은 물고기를 더하여 먹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꼭 집어서 도다리(문치가자미이지만) 넣고 끓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글 머리에 쑥국이 주인공이라고 시작했지만 이처럼 구구절절 써야 하나 귀차니즘 때문에 중간 내용을 생략하다 보니 도다리 넣고 자주 끓여 먹었던 분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나 한다. 통영에서 오월을 운영하는 김현정 세프도 시장의 생선 파는 이모님들과 이야기해봐도 그날 장에 나온 흰 살 생선 아무거나 넣고 끓이던 것이 어느 사이에 꼭 도다리가 붙더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굳이 kg 3~4만 원 하는 것을 왜 넣는지 궁금하다는... ㅎ
봄이면 먹던 쑥국을 관광지 음식이라고 하는 까닭은 '도다리 쑥국'으로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2003년이 처음으로 검색된다. 이후 1년에 한두 건 나오던 것이 고속도로 개통 이후 점차로 늘기 시작해 현재처럼 전국적인 지명이 나온다. 중간에 거제에서 멍게비빔밥과 함께 10대 음식으로 선정했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암튼 제가 이야기하고자 함은 쑥으로 끓인 된장국을 더 맛나게 먹기 위해 도다리가 아니더라도 볼락, 조개, 우럭, 돔 등을 넣고 끓여도 맛있다는 이야기.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금이야 육지는 3월인지라 봄이지만, 바다는 가장 추운 영등 시기로 한겨울. 쑥은 육지를 대표하는 봄철 나물, 바다의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라는 이야기. 바다의 봄은 4월이 돼야 비로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6월, 7월 공기는 뜨거워도 바닷물이 얼음장은 아니더라도 차가운 이유다. 물은 공기보다 온도 변화가 서서히 된다. 천천히 올랐다가 천천히 내려갑니다. 바다의 봄이 육지보다 늦게 오는 이유다. 바다는 우리보다 늦게 움직이지만, 우리 주변의 계절은 빠르게 움직이고 우리는 그것에 적응해 살다 보니 생기는 바다와 우리 사이의 시차가 한 달 조금 넘는다.
암튼 쑥국은 겨우내 부족했던 미네랄과 비타민을 공급해 준 고마운 존재다. 거기에 그날 사정에 맞는 해산물을 넣고 끓였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 글을 쓰다 보니 산골은 그냥 된장만 넣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온다. 강원도 영서나 충북, 경북 내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분들.. 특히 1970년대 초반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 중에서 경험이 있으시다면 댓글 좀.... ^^
다슬기를 넣었나?? 이것도 맛있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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