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enjoy
2025. 2. 10. 10:39
식혜를 가끔 만든다.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가 좋아하시기도 하고 남은 밥의 처리도 할 겸 해서 만든다.
식혜 만들기는 쉽다.
재료도 간단하다.
밥, 엿기름, 물, 설탕 네 가지에 시간을 더하면 만들어진다.
밥과 물, 엿기름을 넣은 다음 보온상태에서 하룻밤을 재운다.
엿기름의 당화효소가 밥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것은 아니고 전분 일부를 엿당으로 분해하는 수준.
엿기름과 하룻밤 보낸 밥알 중에서 가벼운 것은 위에 동동 뜬다. 슬쩍 보면 구더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 한소끔 끓이면 당화효소의 활성이 사라진다. 효소 또한 단백질로 팔팔 끓는 조건에서는 달걀이 익듯이 효소 또한 익는다.
끓인 다음 설탕을 넣고 단맛을 조절한다. 미리 넣을 경우보다는 깔끔한, 엿 냄새가 덜 난다. 구수한 맛을 좋아한다면 미리 넣는 것도 좋다. 설탕을 넣지 않고 맛보면 아주 살짝 단맛이 돈다. 눈을 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맛을 봐야 겨우 느끼는 수준. 밥알도 마찬가지다.
식혜 상태에서 밥을 건져내고 조리고 조리면 조청이 되고 종국에는 엿이 된다.
식혜 만들기는 쉽다.
식당에서 밥을 짓고 밥을 내주고 마감을 한 다음
남는 밥에 대한 처리.
식혜를 하기로 했다.
매일 퇴근 전 엿기름으로 밥을 삭히고
다음날 끓이고 식혀서 내줄 생각이다.
한 컵은 무료.
테이크 아웃은 돈을 받을 생각이다.
번잡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밥을 버릴 수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