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과 직원식

주절주절 14

foodenjoy 2025. 5. 18. 13:41
1
5월 중순.
상추를 내주기 시작했다.
산나물은 봄이 깊어지면 억세진다.
밭에서 나는 채소는 단맛이 든다.
그러면서 봄은 우리 곁을 떠난다.
 

양평의 베짱이 농부 류점열 씨의 상추를 내어드린다.

2
내주는 상추는 자연재배 상추다.
자연재배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재배하는 방식으로 비료, 두엄을 주지 않는다.
그냥 땅심으로만 키운다.
유기농은 유기 인증받은 비료까지는 허용한다.
무농약은 권장 시비량(합성비료)의 1/2까지만 허용한다.
무농약도 유기농도 맛있다.
자연재배 또한 맛있다.

풀처럼 보여도 작물이 있다.

3
상추는 1년 내내 나온다.
개중에는 베드 설치해서 양액(수경) 재배로 키운 것이 많다.
구별이 쉽지 않다.
맛을 보면
모양만 상추인 경우가 많다.
기분 좋은 쓴맛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베드와 작물 사이에 비료 물이 흐른다.

4
어제 마지막 손님에게 상추 이야길 하니
리필만 4번이었다.
가는 길에 상추를 좀 드렸다.
어차피 일요일 쉬는 날이기에 가능했다.

자연재배 상추에는 기분 좋은 쓴맛이 있다.

5
상추가 맛있으면 고기를 더 먹게 된다.
우리는 쌈의 민족이지만 맛있는 쌈 만나기가 쉽지 않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만 상추를 제공한다.
6
쌈이 있으면 쌈장이 있어야 한다.
우리 가게에서 내주는 쌈장은 우리밀과 우리콩으로 만든 쌈장이다.
시판 쌈장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다. 어른 서넛이 먹어도 원가 천 원이 안 먹힌다.
안 내줄 이유가 없다.
비싸지만 비싼 가치를 한다.
손님들이 그 맛을 안다.
그러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