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식탁

지금 이때_김해오일장

foodenjoy 2025. 3. 18. 07:22

작년 이맘 때 김해 오일장에 다녀와서 기고한 글

지극히미적인시장

'김해 오일장은 달력에 2와 7이 든 날에 열린다. 보통은 상설시장 주변에 열리는데 김해는 달랐다. 상설시장인 동상시장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장이 선다. 김해 축협 본점 주변으로 커다란 장이 선다. 장사꾼도 사람도 많아 장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지난 광양장보다 봄이 한층 다가왔다. 거리에 들어선 벚나무에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성급한 녀석은 이미 기다리지 않고 꽃망울을 터트렸다.

벚꽃

봄이 꽃으로, 나물로 오고 있었다. 3월은 나물이다. 봄이 지남에 따라 나물이 나고 들어간다. 3월, 김해의 나물은 정구지다. 정구지는 경상도 사투리로 부추를 말한다. 장터에 나온 할매들 앞에는 빠짐없이 정구지가 놓여 있다. 바구니에 담긴 정구지가 두 종류다. 두메나 솔부추 같은 토종 부추가 아닌 초벌과 두벌로 구분되어 있다. 초벌은 처음 수확한 부추로 길이가 짧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부추가 봄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싹을 틔운 것이다. 잎 길이가 짧은 대신 단맛과 향이 좋다. 쌉싸름한 맛은 보너스다.

봄나물전

두벌 수확하는 부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이로 깔끔하게 잘 묶여 있다. 김해는 부산과 낙동강을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강변 옆, 양분 많은 땅에서 자라는 부추는 맛있다. 김해 부추가 맛있는 이유다. 부추 옆 미나리의 유혹이 강렬하다. 미나리도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은 길쭉한 모양새지만 돌미나리는 짤막한 모양새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미나리가 갖지 못한 진한 향이 좋다. 짤막한 미나리와 초벌 부추를 샀다. 전을 부칠 생각이다.

미나리로 봄맛을 만끽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돼지고기와 궁합을 맞추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불판에 돼지고기를 구우면서 미나리만 올리면 된다. 두 번째는 라면에 미나리를 넣고 불을 끄면 바로 미나리 라면이 된다. 조금은 귀찮아도 가장 맛있는 것은 부추와 미나리 넣고 부치는 것이다. 잘 씻은 미나리와 초벌 부추를 준비한다. 밀가루 30g, 달걀 한 개, 물은 밀가루 중량의 세 배 정도면 넉넉한 한 장 반죽이다. 반죽할 때 밀가루는 조금만 넣는다. 미나리와 부추를 붙이는 접착제 용도다. 가열한 팬에 기름을 두른 뒤 반죽을 넣고 중간 불에서 빠르게 부치면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의 부침개가 된다. 초벌 부추는 3000원, 미나리도 3000원. 총 6000원으로 부치는 봄이다. 미식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제철에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미식이다.

봄나물

전을 부칠 때 명주조개(개량조개) 넣으면 별미다. 예전에 김해와 이웃한 부산 명지에서 명주조개가 많이 났다. 명주조개는 밀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의 모래펄에서 나는 조개다. 명지에서 많이 났다고 해서 명지조개라는 애칭도 있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담긴 명주조개를 내놓은 상인. 어젯밤 아들이 작업한 것이라며 크기 상관없이 13개 만원에 팔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면 봄맛을 지나치는 것과 같다. 장터의 특징이 그냥 지나치던 것에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린다. 명주조개 3만원어치 사는 동안에 사람들이 모이고는 이내 물건이 동났다. 흔한 장터 풍경이다.'